아내

ebook

By 남진원

cover image of 아내

Sign up to save your library

With an OverDrive account, you can save your favorite libraries for at-a-glance information about availability. Find out more about OverDrive accounts.

   Not today
Libby_app_icon.svg

Find this title in Libby, the library reading app by OverDrive.

app-store-button-en.svg play-store-badge-en.svg
LibbyDevices.png

Search for a digital library with this title

Title found at these libraries:

Loading...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노래를 불렀다. 벗인 혜시는 문상을 와서 너무 하지 않느냐고 책한다. 그러나 장자는 아내가 본래 자리, 우주 속으로 돌아갔는데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부귀빈천을 생각지 않고 살아간 장자의 곁에서 겪은 아내의 고초! 어찌 장자가 읽어내지 않았겠는가.

우주의 경계를 허물고 광대무변한 자연의 흐름으로 살아가던 장자였기에 아내의 죽음은 오히려 더 거대한 아픔의 블랙홀이었으리라. 그러기에 질장구를 치며 혜시 앞에서 보였던 노래는 아내를 위한 弔辭였고 그것은 천지의 本音인 律呂였다.

내 어찌 장자와 같은 성인의 흉내를 낼 수 있으리오. 다만 2010년 6월 27일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장자의 슬픔과 위대함이 떠올랐기에 적어 본 말이다.

아내를 생각하면 늘 고맙고 미안하고 불쌍하다. 아내를 보내고 떠돌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다. 한 번도 아내를 위해 정성을 들이지 못했다. 아내가 떠난 후에야, 함께 어우러졌던 일들과 병원에서 있던 일들을 시 몇 편으로 모아놓고 정성을 들여 보았다.

아내와 함께 했던 아프고 아름다웠던 일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내 마음의 원고지에 그려 넣었다. 아내에게 줄 작은 선물이다. 감히 장자의 율려에 비할 바이겠는가. 그러나 기쁘다. 이제는 아내가 있던 그때처럼, 다시 평화롭고 푸릇푸릇하게 그리고 조금은 들뜨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남진원, 책머리글 <작은 선물> 중에서

아내